재개발·재건축
법이 정한 건 감정평가액(도시정비법 제74조)이지 대지지분이 아닙니다. 감정평가에 관한 규칙은 단독주택의 토지는 공시지가기준법, 건물은 원가법, 빌라 같은 집합건물은 거래사례비교법으로 평가하라고 합니다. 그래서 빌라와 단독은 다른 논리로 감정가가 나오고, 대지지분당 가액을 비교하면 역전이 생깁니다. 대지지분이 언제 맞는 잣대이고 언제 아닌지, 어디서 확인하고 어떻게 쓰는지 정리합니다.
정비구역 안에서 빌라 두 채를 봅니다. 둘 다 3억, 전용 12평, 2003년식. 전용면적 평당가로 보면 똑같이 2,500만원입니다. 그런데 하나는 대지지분이 8평이고 다른 하나는 15평입니다. 재개발이 진행되면 이 둘의 가치는 완전히 갈립니다.
재개발·재건축에서 조합원이 받는 새 아파트의 크기와 분담금은 종전자산 평가액에 따라 정해집니다. 법이 정한 방법은 감정평가입니다 — 도시정비법 제74조 제4항은 종전 토지·건축물의 가격을 감정평가법인등이 평가한 금액의 산술평균으로 정하라고 합니다. "대지지분으로 계산하라"는 조문은 없습니다. 그런데 왜 시장은 대지지분을 보는지는, 그 감정평가가 어떤 방법으로 되는지를 봐야 답이 나옵니다.
감정평가법인이 방법을 마음대로 고르는 것은 아닙니다. 감정평가에 관한 규칙(국토교통부령)이 물건 종류마다 "주된 방법"을 지정합니다.
| 대상 | 주된 방법 | 근거 |
|---|---|---|
| 토지 | 공시지가기준법 — 비교표준지 선정 → 시점수정 → 지역요인 → 개별요인 → 그 밖의 요인 보정 | 규칙 제14조 제1항·제2항 |
| 건물 | 원가법 — 다시 짓는 데 드는 비용에서 감가를 뺀 값 | 규칙 제15조 |
| 집합건물의 구분소유 부분 + 대지사용권을 묶어 평가할 때 | 거래사례비교법 — 비슷한 물건의 실제 거래가격에 사정·시점·개별요인을 보정 | 규칙 제16조 |
규칙 제12조는 주된 방법으로 구한 시산가액을 다른 방식의 시산가액과 견주어 합리성을 검토하고(제2항), 합리성이 없으면 조정해 최종 감정평가액을 정하도록 합니다(제3항). 세 방법이 섞여 검증되기는 하지만, 출발점이 되는 방법은 물건 종류로 정해져 있습니다. 토지도 적정한 실거래가를 기준으로 평가하는 경우에는 거래사례비교법을 씁니다(제14조 제3항).
단독·다가구주택 — 토지와 건물이 별개 등기입니다. 토지는 공시지가기준법으로, 건물은 원가법으로 따로 평가해 더합니다. 지은 지 30~40년 된 건물은 감가가 커서 원가법 값이 작고, 결국 토지 가액이 대부분을 차지합니다. "재개발은 땅값"이라는 말은 이 경우에 맞는 말입니다.
다세대·연립(빌라) — 집합건물이라 전유부분(내 집)과 대지사용권(대지지분)이 하나로 묶여 거래됩니다. 규칙 제16조는 「집합건물의 소유 및 관리에 관한 법률」에 따른 구분소유권의 대상이 되는 건물부분과 그 대지사용권을 일괄하여 감정평가할 때 거래사례비교법을 적용해야 한다고 합니다. 근처에서 비슷한 빌라가 실제로 얼마에 팔렸는지가 출발점이고, 층·향·면적·연식 같은 요인을 보정해 값을 냅니다. 감정평가액을 토지가액과 건물가액으로 나눠 표시할 수는 있지만(제16조 후단), 그건 배분이지 계산의 출발점이 아닙니다.
한국감정평가사협회가 2021년 1월부터 시행한 감정평가 실무매뉴얼(도시정비평가편) 도 같은 구조입니다. 종전자산은 사업시행계획인가 고시일을 기준시점으로, 토지는 공시지가기준법 중심, 건물은 물건별 주된 방법으로 평가하되, 구분소유 부동산은 구분소유하는 위치별로 평가한다고 정리합니다.
어느 쪽이든 사업 뒤에 남는 것은 땅입니다. 단독은 평가액 자체가 땅값이고, 빌라는 거래가격 안에 땅의 몫이 녹아 있습니다. 그래서 시장에서는 정비구역 안 빌라를 전용면적이 아니라 대지지분으로 비교합니다. 대지지분 평당가는 법령상 용어가 아니라 이 구조에서 나온 비교 지표입니다.
집합건물(다세대·연립)은 건물 전체가 앉은 땅을 세대들이 지분으로 나눠 갖습니다. 등기부등본 표제부의 대지권 비율이 그것입니다. 예를 들어 대지 300㎡ 위에 12세대가 있고 내 대지권 비율이 300분의 25라면 내 대지지분은 25㎡, 약 7.6평입니다.
같은 건물 안에서도 세대별 전용면적에 비례해 지분이 다르고, 건물마다 층수·세대수에 따라 세대당 지분이 크게 다릅니다. 5층 건물에 20세대가 들어선 신축 빌라는 세대당 지분이 작고, 2~3층에 6세대인 오래된 연립은 지분이 큽니다. 그래서 "구축 연립이 재개발에 유리하다"는 말이 나옵니다 — 건물은 낡았어도 땅을 많이 갖고 있기 때문입니다.
대지지분 평당가 = 거래가 ÷ (대지지분 ㎡ × 0.3025)
앞의 두 채를 다시 계산하면:
| 거래가 | 전용 | 대지지분 | 전용 평당가 | 대지지분 평당가 | |
|---|---|---|---|---|---|
| A | 3억 | 12평 | 8평 | 2,500만 | 3,750만 |
| B | 3억 | 12평 | 15평 | 2,500만 | 2,000만 |
전용 평당가로는 같아 보이던 두 채가 대지지분 평당가로는 거의 두 배 차이입니다. B는 A보다 땅을 두 배 가까이 갖고 있으면서 같은 값이니, 정비사업 관점에서는 B가 훨씬 쌉니다. 물론 B가 더 낡아서 당장 살기엔 불편할 수 있지만, 그건 정비사업이 진행되면 의미가 없어지는 차이입니다.
여기서 정비구역 조합원들이 가장 많이 다투는 현상이 나옵니다. 감정가를 대지지분으로 나눠 보면, 빌라의 대지지분당 가액이 옆집 단독주택보다 훨씬 높게 나옵니다.
같은 골목에서 단독주택(대지 50평)이 10억, 빌라 한 호(대지지분 8평)가 3억으로 감정됐다면, 대지지분당으로는 단독 2,000만원/평, 빌라 3,750만원/평입니다. 단독주택 소유자 입장에서는 "같은 땅인데 왜 빌라가 평당 두 배냐"는 불만이 나옵니다.
감정평가 쪽에서는 이 차이를 보통 두 가지로 설명합니다. 첫째, 빌라 부지는 토지를 집약적으로 써서 단위 면적당 효용이 높고 환가성이 좋아 수요가 몰린다. 둘째, 도시정비법 제76조 제1항 제6호의 1세대 1주택 공급 원칙 때문에 "분양권 하나"의 가치가 구분건물 가격에 이미 들어가 있다. 이 관점에서는 정당한 차이입니다. 거래사례비교법은 시장이 이미 그렇게 값을 매긴 것을 그대로 읽어 오기 때문입니다.
반대편 주장도 있습니다. 감정평가사가 실무기준을 무시하고 단독주택 부지까지 구분소유 부동산처럼 취급하거나, 토지면적이 아니라 건물면적을 기준으로 거래사례비교법을 써서 상대적 가치 비율이 역전된다는 비판이 정비사업 현장에서 꾸준히 제기됩니다. 어느 쪽이든 핵심은 같습니다 — 빌라와 단독은 평가 방법 자체가 달라서, 대지지분당 가액을 나란히 놓고 비교하는 것은 같은 자를 쓰는 게 아닙니다.
시세 6억인 빌라가 종전자산 4억으로 평가되는 일은 흔합니다. 그런데 종전자산 평가는 절대금액을 매기는 절차가 아니라 구역 전체에서 내 자산이 차지하는 비율을 정하는 절차입니다. 관리처분계획(도시정비법 제74조)은 종전자산 총액과 종후자산(새 아파트·상가) 총액의 관계로 조합원별 분담금을 정하므로, 구역 전체 감정가가 똑같이 낮아지면 비례율(종후자산 가치 ÷ 종전자산 총액)이 그만큼 올라가 조합원 몫은 변하지 않습니다. 분담금을 실제로 좌우하는 것은 감정가의 절대 수준이 아니라 총사업비와 일반분양 성적입니다.
즉 "내 집 감정가가 시세보다 낮다"와 "내 집 감정가가 옆집보다 상대적으로 낮다"는 다른 문제입니다. 앞의 것은 구역 전체가 같이 낮아진 것이라 분담금에 영향이 없을 수 있고, 뒤의 것이 진짜 손해입니다. 뒤의 것을 따질 때 필요한 것이 내 집이 어떤 방법으로, 어떤 이웃과 같은 자로 평가됐는지입니다.
실거래 자료의 대지권면적은 신고 시점 기준이고 간혹 누락된 거래가 있습니다. 관심 매물은 등기부로 다시 확인하세요.
같은 구역 안, 같은 종류끼리만 비교하세요. 대지지분 평당가는 결국 그 구역의 땅값이라 구역이 다르면 용도지역·사업 단계·기반시설이 달라 직접 비교가 안 되고, 앞서 본 대로 빌라와 단독은 평가 방법이 다릅니다. 재개발 진행현황에서 사업장을 누르면 구역 경계 안의 거래만 걸러 볼 수 있습니다.
단계에 따라 프리미엄이 다릅니다. 조합설립인가 전 매물과 관리처분인가 후 매물은 같은 대지지분이라도 가격이 다릅니다. 뒤로 갈수록 사업 리스크가 줄어 프리미엄이 붙습니다. 대지지분 평당가를 단계별로 나눠 보면 그 구역의 "리스크 할인"이 얼마인지 보입니다.
지분 쪼개기 매물을 구분하세요. 도시정비법 제77조는 권리산정기준일 이후 필지 분할, 집합건물 전환, 다세대 신축 등으로 늘어난 소유자에게 분양 자격을 주지 않습니다. 대지지분이 작고 건축년도가 최근인 신축 다세대가 정비구역 안에 있으면, 권리산정기준일 이후 지어진 것인지 확인해야 합니다. 대지지분 평당가가 아무리 좋아 보여도 분양 자격이 없으면 현금청산 대상입니다.
무허가·지상권도 토지등소유자입니다. 재개발에서는 토지만 있거나 지상권만 있어도 토지등소유자가 됩니다(도시정비법 제2조 제9호). 반대로 재건축은 건물과 부속토지를 함께 가져야 합니다. 어느 사업인지에 따라 대지지분의 의미가 달라지니 정비사업 종류 비교를 먼저 보세요.